
웰다잉을 위해 오늘부터 하는 실천 13가지
Practice 1 부부가 함께 의논하기
인간이 살면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이 바로 배우자 사별이다. 아내와 남편 모두 자신이 먼저 죽을 경우, 배우자가 먼저 죽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사별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회피하려 한다. 그런 얘기는 농담으로라도 입 밖에 꺼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고, 상대가 말을 꺼냈다고 서운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피하던 문제는 언젠가 급작스러운 시점에 닥쳐버린다. 3일장, 49재 내내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이 쏟아진다. 그때 넋이 나가 있는 동안 내린 결정이 평생을 좌우하기도 하고, 그 결정을 후회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부부가 미리미리 의논해놓았다면 유족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배우자가 고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모든 상황을 지휘할 수 있다.
Practice 2 ‘잊힐 권리’ 지키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미니홈피 등 사람은 가고 없는데, 웹상에서 고인의 기록만이 떠도는 일이 많다. 사망할 경우 온라인 기록들을 어떻게 할지도 미리 결정해두는 것이 좋다. ‘잊힐 권리’란, 본인이 원할 경우 온라인 상의 모든 개인 정보 및 자료를 삭제하거나 타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또한 이미 알려진 사실이 어떤 사정으로 변경되었을 경우, 변화된 내용을 다시금 알려 변경 전의 사실이 완전히 잊힐 수 있도록 하는 권리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온라인 과거 기록 삭제와 함께 사후 디지털 장의 서비스를 진행해주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다. 업체를 통하지 않더라도, 가족에게 미리 알려두거나 유언장에 적어둔다면 잊힐 권리를 챙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Practice 3 엔딩 노트 쓰기
일본의 미야자키 시에서 진행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방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명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에서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를 반영해 죽음을 편안하게 준비하는 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엔딩 노트’다. 동명의 영화까지 제작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엔딩 노트는 일종의 유언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법적 효력을 가지는 문서는 아니다. 사실 이 엔딩 노트는 유언장보다 자신의 인생 정리, 자아성찰 노트에 가깝다.
Practice 4 자신의 이야기
기록하기 자신의 인생,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세상 사람들이 들어주었으면 하는 말들을 적어보자. 거창하게 세상을 향한 외침이 아닐지라도, 가족이나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이 일주일치일 수도, 십 년치로 길어질 수도 있다. 생각날 때마다 자신이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사실 나의 삶은 내가 죽으면 끝이다. 그러나 내 삶을 기억해주는 누군가에 의해 내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들이 매일 나를 기억해주지는 않겠지만, 일상의 순간순간 나를 떠올리며 웃음 짓거나, 또는 그리워서 눈물지을 것이다.
서른 살의 나이에 중국 3대 명문대로 꼽히는 푸단대 교수로 재직했던 위지안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삶의 가치를 돌아보며 알게 된 것들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녀가 죽은 후 이 기록은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감동을 전했다.
<마지막 강의> 역시 췌장암으로 세상을 뜬 미국의 랜디 포시 교수가 남긴 책. 2008년 6월 초판 발행된 이 책은 그해 7월 그가 죽음을 맞이하며 정말로 마지막 수업이 되었다. 물론 기록을 남긴다고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남긴 말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Practice 5 무조건 희생하지 말기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자녀가 자기 부모의 일생을 ‘평생 나를 위해 희생하다가 돌아가셨어’라며 슬퍼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우리 엄만 꽤 멋진 삶을 사셨어. 나도 그런 삶을 살 거야’라고 기억하는 것이 좋을까? 지금까지 자기 자신에 대해 소홀했다면, 내가 죽은 후 자식이 어떻게 나를 기억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보자. 부모가 자신의 삶을 살되 자녀와 함께 행복을 누렸다고 기억하게 하는 것, 이것이 돈보다 훨씬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Practice 6 가훈 정하기
요즘 세상에 누가 촌스럽게 ‘가훈’을 정하냐고? 요즘 부모는 그 윗세대의 부모보다 자식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손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지만, 이제 가르침은 타인의 몫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은 학원을 뺑뺑이 돌며 남의 손에 자라난다. 거기서 ‘삶의 교훈’을 얻는 일은 없다. 가훈을 만들면 한 가족이 함께 살아나가면서 꼭 지켜야 할 삶의 규칙이 정해진다. 가족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규범인 ‘가훈’이 결국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인 것이다.
Practice 7 기념일 챙기기
아무리 바빠도 생일, 기념일은 그냥 지나가지 마라. 그날이 당신의 마지막 생일, 마지막 기념일일 수도 있다. 11번째 결혼기념일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날이 지나면 하루하루가 또 새로운 날이다.
Practice 8 아껴두지 말기
찬장 속에 모아둔 비싸고 예쁜 접시들을 당장 꺼내라. 중요한 손님들이 오는 날을 기다리지 마라. 지금 내 가족, 내 부모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 특별한 날은 따로 있지 않으며, 설령 있다 한들 그 특별한 날이 오는 걸 못 보고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살아 있는 오늘이 바로 특별한 날이다. 어떤 물건이든 사용해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얻게 된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쓰이지 못한 생일선물이 박스째 유품으로 남았을 때, 남은 가족의 슬픔은 더해진다.
Practice 9 주기적으로 가족사진 찍기
최근 외국에서 ‘추억의 사진 그대로 찍기’가 유행 중이다. 어릴 적 꼬꼬마 때의 사진을 찾아 사진 속 장소와 의상, 구도를 똑같이 하여 찍는 것! 이를 활용해도 좋고, 매년 같은 시기에 사진을 찍어 세월의 흐름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은 어른으로 자라고 부모는 점차 늙어가는 모습이 한눈에 보일 것이다. 부부와 어린 자녀로 시작된 가족사진은 점차 손자손녀로 인원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가족사진은 그 가족의 역사와도 같다. 사진관에서 찍는 거창한 기념촬영보다 다양한 버전으로 자유롭게 찍는 스냅 사진이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훨씬 좋다.
Practice 10 영상 남기기
간혹 외국 영화를 보면 세상을 먼저 뜬 가족의 영상을 보면서 눈물짓거나 추억에 잠기는 장면이 있다. 영상은 말이나 글보다 훨씬 강력하게 각인되며 이미지화된다. 평소 가족 여행이나 기념일 등에 영상을 찍어두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된다.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촬영해서 남겨도 좋다. 살면서 힘이 드는 순간, 부모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Practice 11 자녀에게 죽음 교육하기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들에게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고 상황이 생겨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죽음에 대해 궁금해 하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무조건 감추려고 하지 말고 죽음이 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자. 죽음을 부정적인 것, 무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릴 것.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의 죽음, 또는 엄마, 아빠의 죽음에 대해 경건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Practice 12 매일 밤 감사 노트(행복 노트) 적기
잠들기 전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 또는 행복했던 일에 대해 기록하자. 그것은 당신이 이번 생에서 쓰는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 쓴 마지막 말이 슬픔이나 두려움이라면 그것은 행복한 삶도 행복한 죽음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감사 노트, 행복 노트를 매일매일 채워나가자. 내일 아침 당신이 눈을 뜨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면 행복한 삶의 일부를 하루 더 이어가게 된다.
Practice 13 사랑한다고 말하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내일 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영원히 그 말을 하지 못한다. 언젠가 하겠다는 건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대형사고 현장에서 부모나 자녀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언제나 ‘사랑한다’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걸 가장 후회한다. 죽기 전에 표현하라. 마음은 아무도 볼 수 없으며, 살아 있을 때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
+ TIP 웰다잉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
<안녕, 헤이즐>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호흡기를 코에 꽂은 헤이즐과 종양으로 다리를 잘라냈지만 미소가 매력적인 소년 어거스터스가 암 환자 모임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암 환자들의 생활은 칙칙하고 우울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이들이 질병과 죽음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담담하지만 현실적이다.
<엔딩노트>
위암 4기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6개월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해나가는 과정을 딸이 촬영한 다큐멘터리 작품. ‘사랑해’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 ‘엔딩 노트 쓰기’의 유행과 맞물려 나온 영화이다.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자동차 정비사와 재벌 사업가가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겠다는 각오로 의기투합하여 여행길에 오르는 두 사람.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 등 이들이 버킷 리스트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의 끝은 결국 아주 평범한 것, 가족과의 식사다.
<어바웃 타임>
모태 솔로 팀은 스무 살 생일에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유전된다는 것! 그는 애인을 만들고 사고로부터 동생을 구출해내는 등 일상에서 이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이 눈물짓는 장면은 아버지와의 재회 장면.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